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선 깊이 있는 서사로, 독자에게 가족 관계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가가 형사라는 인물이 두 개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추리 이야기이다. 연극 연출가인 히로미를 용의자로 두고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단서들과 등장인물들의 얽힌 관계는 독자에게 흥미로움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여운을 남긴다.
가가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독자들이 따라가게 하는 히가시노의 집필방법이 놀라웠다. 이런것까지 ~ 에이 이건 아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막 짚는거 아닌가 싶은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런 형사의 노력이 결국은 범인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한다. 실제 생활에서도 형사들이 이런식으로 수사를 할까 싶기는 했지만, 그런 형사가 있다면 억울한 범인을 만드는 일은 없겠구나 싶어 왠지 가가형사를 응원하게 되었다.
히로미 주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토대로 히로미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그녀의 알리바이는 탄탄하게 짜여 있어 사건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가가 형사는 집요한 추적 끝에 히로미의 과거와 그 아버지와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가 형사의 어머니와 히로미의 아버지가 과거에 접점을 가졌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히가시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스터리를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며, 독자로 하여금 가가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하나씩 탐구하도록 만든다.
히가시노는 이야기 후반부에서 중요한 단서를 히로미의 작은 실수 속에 숨겨두었다. 그 실수는 히로미가 준비한 알리바이의 틈새를 만들어, 가가 형사가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게 한다. 히가시노는 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서서히 밝혀가면서도, 독자들에게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감정을 상기시키며 마지막까지 궁금증을 유지하게 한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부모가 아이에게 남기는 사랑의 형태를 완성한다. 가가 형사의 어머니와 히로미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과거와 상처 속에서도 자녀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으며, 그들의 삶의 무게 속에서 아이들에게 끈끈한 영향을 미쳤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처럼 미스터리의 구조 속에 가족애를 녹여내며, 단순한 사건 해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 특히 부모의 사랑과 헌신을 탐구하는 작품을 완성했다.
히가시노의 탁월한 집필력은 독자에게 수사극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며, 마지막까지 독자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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